아빠는 요리중/맛있는 요리

군대에서 먹던 미역국이 생각나 끓였더니..우리식구들 반응이 ㅠㅠ

석스테파노 2012. 10. 22. 06:00

예전 울 아부지 세대의 군대에선 먹을 것이 귀했다고 한다.

늘 배가 고팠고..그러다 보니 기름을 훔쳐서 쌀과 바꿨던..

무용담을 들을때도 있었다. 지금은 군사재판감이지만..ㅋㅋ

1987년 추석이 가까워지는 해에 입대했던 때는

쌀이 남아돌아서 취사장 안에 큰 대야에 수북히 담아 마음껏 먹게 했으니..ㅋㅋ

아마 울 아부지가 보셨으면 격세지감을 느끼셨겠다..

그러나..군대밥이 밥인가..ㅋㅋ 짬밥..

훈련병 시절을 끝내고 자대에 배치받아서 첫날 먹었던 미역국...

다신 미역국을 먹지 않게 되었던..정체 불명의 된장 미역국...

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해야하는데..어디다 빼쳐먹었는지

정말 맛대가리 없던 군대된장을 미역국에 푸는 만행을 저지렀던 그 쉐이덜..

다행히 후에 연대장이 바뀌면서 보급식량 빼먹던 넘들 모조리 영창간 후에선

제대로된 미역국을 먹게 되었다는..ㅋㅋㅋ





근데..갑자기..그 된장미역국이 먹고 싶은거다..ㅠㅠ

생일날에도 미역국은 폼이었고 입도 대지 않으며 산지가 20여년이 지나서야...

미역국을 먹게 되었다는..ㅋㅋㅋ

지금은 닭고기든 소고기든 무엇을 넣어도 잘 먹고 있으니..

입맛은 영원하지 않은가 보다.. 


처음 미역국을 끓일때는 미역의 양을 잘 몰라..곰솥으로 하나를 해서..

울 마눌님 오바이트 시킬때 까지 드시게 했다는..ㅠㅠ

이젠 좀 알겠다..한줌만 해도 몇끼는 먹을 수 있음을..ㅎㅎ

미역을 물에 불려놓고 육수를 끓이고..미역넣고..

생협 다진한우와 건새우 넣고..폭폭 끓이다가 마늘 다져 넣고..

수제맛간장 약간 철원표 된장 한수저로 밑간을 하고..두부넣고..마지막에 소금 쬐끔..


오늘의 부재료..

늘 안심스러운 생협한우..우리콩두부..마늘 두쪽..


구수한 된장국의 향과 미역의 바다향이 느껴진다.

 

이상하게 미역국은 처음 끓였을때보다..

몇번 끓였을때가 더 맛있는 것 같다..아마도 미네랄이 빠져나와..

맛이 더해져서 그런가? 그런데 군대에선 왜 그런 맛이 나지 않았는지..ㅠㅠ
 

뜨끈한 국물로 아침을 시작하니 힘이 나겠다.

그런데..울 마눌님..반응이..

미역국에 뭔 장난을 쳤나는 듯한 눈치...ㅋㅋ

머리털나고 미역국에 된장을 풀어먹은 적이 없었나보다...

난 구수하고 좋기만 한데..ㅠㅠ


군대시절 다시는 먹지 않겠다던 된장미역국..

25년만에 끓였다가..다신 끓이지 않게되었다는..ㅋㅋㅋ

역시 추억이나 기억이 없는 음식에 대한 반감은

상당하다는..그래서 내가 미역국을 안먹게 되었다는게..

확실한 사실이었다는 것을 우리 가족을 마루타로 시험해서 알게 되었다.

이 훌륭한 이론을 얻은 것과..혼자 이 미역국을 다 먹게 된 것과..

두가지 모두를 얻었건만..

어째 기분이 왜 이러냐....ㅠㅠ

 

 

베스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