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요리중/맛있는 요리

싱싱함을 살려 칼칼하게 조려낸 고등어조림

석스테파노 2012. 9. 17. 05:45

서울의 산꼭대기 산동네에 살때는..

숨이 찬 적이 없이 오르내리며 살았는데..

아파트 8층에 살면서 정전되었다고 계단을 오르려니..

등짝에 땀이 쫘악...머리부터 육수가 뚝뚝...에효..

운동 좀 해라..인간아...ㅠㅠ

그래도 손목 털기 와 숨쉬기는 빼먹지 않고 하는데...

역시 운동은 발로 하는게 젤 좋은겨..암..잔차타고 술마시러 다니자..앞으로..ㅋㅋ

그래도 생각나는 산동네의 정취는 엄마의 고등어 조림이었다.

저 아래 시장 생선가게에는 제철인 고등어 갈치 임연수...사시사철 동태가

민초의 밥상에 오르길 기다렸는데..이젠 연안엔 명종이고 원양만이 있다했는데..

어쩐일로 국산 고등어가 잡힌다는 소리에 뜸하게 가던 마트 생선코너에서 덤썩 집어온다.

 

 

 

 

등푸른 생선이 좋다는 건 알지만..도대체 싱싱한 생물을 구하기가 쉬워야말이지..

냉동한 생선 해동시켜..때깔 좋게 보이게 하는 얄팍한 상술에 한두번 속다보니..

생물은 먹지도 않았는데..

국산이 잡힌다니..생물이 틀림 없겠다..

 

고등어는 구이도 맛나고 조림도 맛나고 심지어 통조림까지도 좋아한다.

그런데 고등어회는 그닥 맛있다는 생각보단 그져 신기하단 생각..참치나 연어나 더 좋다..ㅋㅋ

자전거 전국일주때 먹어본 제주도 고등어조림..그게 다 냉동수입산 고등어였다는 것을..알곤..

지인이 이야기한 확실한 냉동이 빌빌한 생물보다 낫다란 생각에 찬성을 한다. 단 과다한 조미료는 빼고..ㅠㅠ

 

새로생긴 마트인데 미시주인장이 손질을 칼같이 해준다..

머리도 구워먹기 좋게 손질해주었는데..어디갔을까나..ㅋㅋ

무 듬성듬성 쓸어서 스텐냄비 바닥에 깔아주고..생물 고등어를 얹는다.

 

양념은 당근 조림양념..칼칼한 철원표 고추가루와 간장..매실청과 다진마늘 깨와 후추 살짝 갈아넣고..생강가루도 조금..

간을 봐서 살짝 간이 되었다 싶을 정도로 까나리액젓을 넣어주었다.

곁채소는 양파와 파.. 감자는 아이들 익으라고 넣어주고..

 

칼칼한 음식은 돼지고기 들어간 김치찌개나 찜만 손대는 아디들을 위해서..

무항생제 돼지잡아 만든 착한 생협햄 꺼내서 계란에 부쳐준다. 한접시 바로 공중분해..ㅋㅋ

 

아이들의 젓가락을 피할 수 있으니 안주로 그만이고..

아침엔 요넘 국물로 밥에 살짝 비벼먹으니 반찬이 필요없어서..

담날까지 충성을 다해준 조림 고등어에 감사를 보낸다.

 

흔했을때는 귀한 취급을 받지 못하다가 귀해지면 대접을 받는..

아니 그런 대접을 하는 사람들이 얄밉지 않을까 싶다.

고등어야..난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늘 사랑한단다..사랑해

비록 너의 가슴에 칼을 꽂고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동강을 낸 너의 몸을 끓는 물에 마지막까지 고문을 하는..

숭고한 너의 희생을 요리라고 칭하며..

맛있게 먹어주는 나를 용서해다오..ㅠㅠㅠ

다음 생애엔 내가 고등어로..니가 인간으로 태어나 날 조리해 먹으렴..그럼 퉁이지?

근데 내가 잡힐까 싶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