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요리중/맛있는 요리

깊어가는 가을밤 내 안주는 시래기동태찜

석스테파노 2012. 9. 21. 06:00

어릴때 살던 산동네는 좋은 것이 있었는데..

아무리 비가와도 수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ㅠㅠ

남산이 보여 전망도 좋았고 우리집 뒤로 철거가 되고 난뒤..

우리집이 젤 높은데 있었다..ㅋㅋㅋ

지금은 아파트로 도배가 되어버린 동네..흔적도 볼 수 없다..ㅠㅠ

수많은 계단과 내리막길을 따라 갔다가 다시 오르막을 올라야 학교가 있었고

극장은 두군데가 있었지만 가본기억은 없고..

지금은 옛모습을 볼 수 없어 사진이라도 좀 찍어둘 것을 하는 후회가 있다.

시장에선 늘 고등어와 임연수 갈치를 팔던 생선집도 있었는데..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고..추억도 점점 옅어지는데..

그렇게 잊혀지는 것이 또 있었으니..그 이름이 동태다..

 

 


 

 

 

동태는 명태를 얼린것인데 어릴땐 종류가 다른 생선으로 알았다.

명태를 본 적이 없기에..ㅋㅋ 꽁꽁 얼어붙은 동태가 명태일 줄을..

옛날부터 흔해빠져 천대받아..다행히 싼 값에 겨울이면 밥상에 지겹게 자주 올라왔던

헌동안 쳐다 보지 않았던 동태..

그게..그리 비싸질 줄 300년전 조상님이 예언하셨다는데..

국산 동태라도 먹으면 다행이고..다 원양산이겠다.

 

대입시험이 끝난날 친구네 집에서 친구형이 따라준 샴페인 한잔에 그대로 뻗었던..

아버지께서 첫 등록금을 내시고 식당에서 육개장에 소주한잔 주시며 흘리시던 눈물..

군대를 보내며 따라주시던 소주잔에 스며든 아버지의 안타까움..

웬지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속 뜨끈한 구석이 눈으로 나오는지..ㅠㅠ

그래..아마도 술생각이 나나보다..ㅋㅋ

 

철원 시골집 아부지께서..작년에 만들어주신 시래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걸 물에 불려놓았다.

 

냉동실을 디비니..한참은 지난 동태가 나온다..

뭐 얼린거니 지나도 상관없겠다 싶다.

 

한번 데친 시래기를 된장풀어 약한불로 고아주고..

 

시래기가 익어갈쯤..손질동태를 올려준다..

 

마눌님이 콩국물 만드시고 남은 비지..

요것도 넣어서리..

 

안성서 공방카페를 운영하는 블친 담이님(http://blog.daum.net/earthenwall)이 선물해준 앞접시에

조신하게 담아낸다.

 

여기에 선물받은 막걸리잔에..한잔 가득 부어서리..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는 선선한 밤..

그동안 정리 못한 사진들 이리저리 주무르면서..

막걸리 한잔을 한다.

아..얼마만에 느끼는 여유인가..

삶은 고단하다 싶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야하지만..

이런 여유만은 느끼고 살아야겠다.

등뒤로 루치아와 마눌님의 따가운 시선이 가끔은 부담스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시래기동태찜에 어찌 한잔 안할 수 있으리오..

오늘밤은 이렇게 살게 내버려주면 좋겠다는 내 한마디에..

 

 

'늦게오는 날은 밖에서 퍼마시고..일찍이라도 오는 날엔 집에서 마시면 @ㄸ%%'라는

마눌님..

'아빤 한병도 아니고 두병이나 막걸리를 마시면 일찍 죽거든?'하고

거드는 루치아...

 

 

아..내 쉴곳은..그 어디메뇨..!!!

 

근데..왜이리 동태가 맛대가리가 없는겨..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