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와인을 마시고 은근한 취기에 기분은 업되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예찬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비는 열심히 퍼붇고 있었다.
간만에 피자에 대한 편견을 깨버린 도 쉐프(Do Chef)의 행복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일차에 헤어지자는 119운동이 말짱 깨지게 되었으니..
쌩뚱맞게 웬 소고기?
그것도 바로 근처라고 하니 도말갈 수도 없고..ㅋㅋ
뭐 고기야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숯불에 구워서 참기름장이나 채소장에 찍어 쌈싸먹는..
입가심으로 소주라도 한잔 할까 싶어 슬금슬금 따라간다.
그나저나 접히는 버튼도 망가진 구식 우산을 훔쳐간 도둑넘은 제발이 저리고..
남자면 삼년간 어침에 고개를 숙이고 여자면 방구만 뿡뿡 끼라고 기원해본다.
아니 남의 우산을 왜 가져갈까..참놔..
술집도 아닌 피자집에서 술취해서 가져갈 일도 없고..
비는 오는데 우산이 없이 가져갔나?..식당에서 두번째 잃어버렸는데..
그나마 미누아우가 준 우산이라 다행?이다..ㅋㅋ
미쿡산이 판치는 세상..싸면 그만이라는 참으로 단순한 상술에
서슴없이 자식들을 데리고 미국산 미친소를 먹이는 부모들..참 대단하다.
요즘 방송에선 미국산 돼지고기도 선전하던데..참..
우산 찾다가 좀 늦게 내려가니 태백 700고지 한우를 잡아 판다는 칠백식당이다.
단촐한 매뉴판..한우 모듬이 2만6천원..곤드레밥 2천원...
그런데 소주는 4천원..ㅋㅋ 역시 강남 아니랄까봐..ㅋㅋ
이렇게 가벼운 금액으로 한우 모듬이 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단촐한 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화려한 곁음식보다 딱 맞는 찬으로 승부..
고기와 잘 어울리는 찬이라 맘에 든다.
특이하게 강남에서 연탄불로 고기를 굽는다..ㅋㅋ
이거 냄새(아황산가스)와 연탄가스(일산화탄소)에 위험천만인 연탄을 쓰려면..결국 다 태우고 거의 재 상태가 되어야한다.
연탄을 때던 시절엔 연탄에 구이를 해먹었던 기억이 있다.
가스마셔서 어질어질 동치미국물 퍼마셨던 기억도..ㅠㅠ
어느새 고기는 슬금슬금 구워지고..
굽는 솜씨가 예솔이시다.. 타지 않고 육즙은 살아있게..
사실 숯처럼 활활 타오르면서 조절이 어려운 불보다 연탄은 공기유입에 따라 조절이 되니..
가스배출만 잘 시킨다면 오히려 은은한 구이를 즐길 수 있겠다..단..식당에서만..
부짖히는 술잔에 한절음씩 또 넘어간다..ㅋㅋ
15년 전쯤..전라도 광주에 출장가서 처음 먹었던 육회..
아니 소고기를 어찌 생으로 먹을까 싶어서 불판 달라고 해서 구워먹었는데..어찌나 웃던지..
나중에야 생고기 맛을 알고 나선 그맛이 생각나 광주를 한동한 열심히 다녔는데..ㅋㅋ
오늘은 양념장과 고추소금가루에 먹은 생고기보다..
어째 살짝 구운 고기가 더 맛난다..ㅋㅋ
참 맘에 드는 이집 식기들..전부 스텐이다..
마구마구 삶아도 환경호르몬 나오지 않는..착한 식기..
살치살과 갈비살..늑간살을 섞어서 준다.
살치살 살짝 익혀서 한입..
이거 소주없이 어케 먹나..역시나 원샷이다..ㅋㅋ
이집은 참 착한식당이라 생각되는게..냉면이 없다.ㅋㅋㅋ
그 못된 육수를 쓰는 고기집이 태반인데..이집은 곤드레밥과 된장국이다.
절대로 한입도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건만..
열심히 비벼서 떠주는 한입에 안넘어 갈 재간이 없다.
비는 멈춘것 같은데..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대중교통으로 강남을 나왔는데..돌아갈 길이 아득하다..ㅋㅋ
겨우 잡아탄 버스는 어김없이 한시간 하고도 40분을 지나서야 집앞에 내려준다.
그래도 하도 떠들고 웃고 마셨더니 술은 말끔히 깨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별로 좋아하지 않은 강남에 가끔 들리고 싶은 집이
하나 더 생긴것 같아 다행이다.
Epilogue
1. 부담업는 가격에 강원도산 한우를 먹는 즐거움
2. 스텐식기가 너무도 맘에 든 집
3. 생고기를 상당히 얇게 쓸어내오는데 개인적으론 두툼해도 좋겠다. 부위의 선택이 중요..
4. 약간 과한 참기름 사용은 손님의 선택으로 해주면 좋겠다.
5. 전번 02-518-7005 논현역 3번출구 나와서 고이비토매장끼고 좌회전 오르막 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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