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에서 수행을 하는 스님들의 요리이야기를 읽다보면..
공통된 분모가 몇가지 나온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된장이다..
된장은 고추장과 간장과 더불어 요리에 빠져선 안되는 장이다.
공통점은 소금이 들어가 짜다는거..ㅋㅋ
또한 콩을 쓴다는 점에선 공통분모다..
참 재미나다..콩을 이렇게 세가지 장으로 할 생각을 어찌 하셨을꼬..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처럼..누가 만들었을까 싶다.
사찰음식전문점이라고 가보면..그 맛이 가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걸 누가 먹을까..심심하기도 뭔가 빠진 것 같기도..ㅋㅋ
첨엔 그랬다...칼칼한 해장국에 벌건 순두부찌개에 열광 할땐..
그러나 집밥을 해보고 먹고 하다보니..
스님들의 경지에 이른 음식 조절은 아니더라도..
화학조미료 없이..현란한 부재료 없이도 음식이 될 수 있음을 알아간다.
신혼때 찌개를 첨 끓일때는..엄마 등너머 봤던 시늉을 내보긴 했지만..
어째 영..그맛이 나지 않았다..
결국..국적미상의 맛을 만들었는데..바로 설탕을 넣었던 결과다...ㅋㅋ
마눌님이 먹고는 맛있다고 했지만..그건 속임수일뿐..진정한 된장찌개 맛이 아니었다.
바깥밥을 먹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리 속고 먹을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육수를 일일이 천연재료로만 하기엔 이윤이 줄기때문이요..
첫 술에 강한 느낌을 주어야 맛있다고 느끼는 중생들에게 좀더 자극적이어야 하므로..
결국..마법의 흰색 가루와 천연의 맛이라는 탈을 쓴 다시다가 들어갈 수 밖에..
정성껏 키운 콩으로..정성껏 콩을 쑤어 밟아 치대어 만든 메주가..
처마에 매달려 빛과 어둠의 반복속에 좋은 균으로 발효되어..
된장으로 탄생하였으니..
바로 철원 어머니표 된장이 되시겠다..
이것으로 끓여야 바로 엄마맛이 난다..
몸과 마음은 마눌님한테 있지만..이 맛 만큼은 엄마 품이 젤이다..
동네마트에서 득뎀한 미더덕과 만득이..
미더럭을 퍽이나 좋아하는 마눌님 생각이 들어..얼른 집었는데..
후덜덜한 가격에 만득이도 같이 집어들었다.
끓일때 올라오는 거품들 걷어주고..
남은 양파 하나 있어 반쪽 넣어주고..
만득아..미더덕아..고맙다 인사하고
풍덩 샤워 시켜준다..생지옥 같겠지..불가마 같겠지..
아..미안타..담엔 좀더 좋은 몸으로 태어나거라...
콩요리 하면 빠질 수 없는 두부..
밭의 고기라 불릴만큼..육식을 하지 않아도 단백질을 얻을 수가 있다는 두부..
스님들도 고단한 수행 중에 영양식으로 잘 드신단다..
우리네야 돼지고기 김치와 살살 볶아..두부김치로 한잔 하면 죽이겠지만..
사실 건강에는 돼지를 빼는게 좋겠다..ㅋㅋ
바글 바글 끓는 된장찌개..
산사에서 끓여내는 된장찌개보다야 호사스럽고 사치스럽겠다.
살짝 간을 보니 싱겁다..짜지 않아 다행이다..ㅎㅎ
그래도 철원 된장의 맛과 미더덕의 향이 느껴진다..
에고..지금보니 숟가락이 뒤집혔네..ㅋㅋ
저녁상에 만득이와 미더덕이 올라오니 빙그레 하는 얼굴이다..
옹기솥에 바글바글 끓여서 된장찌개로 맛난 저녁을 먹는다.
밥상이 보약이고..밥맛이 극락이지..암..
스테이크도 스시도 삼시세끼 먹으면 질리지만..
우리네 집밥에 올라오는 된장찌개는 삼시 세끼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내 몸에 맞는 맛이다..
물론 매일 먹는다면..좀..ㅋㅋ
그땐 국으로 변신하던가..김치를 넣던가..
주제는 된장이지만 맘껏 변화를 줄 수 있다는게 행복이다..
음식은 그 하나하나마다 추억이 있다.
그 추억을 기억하기엔 음식 만한게 없다.
그래서 나이들면 결국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음식을 먹고..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을 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끊을 수 없는 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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