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요리중/맛있는 요리

고향의 맛 철원표 구수한 된장 무청시래기 갈비찜

석스테파노 2012. 5. 21. 06:00

김장철은 아직 멀었지만..

철원 시골집에서 김장때면 온 가족이 모여 잔치를 벌린다.

고향의 추억이란 바로 왁자지껄한 장터 같은 마당이다.

쌓여도 쌓아도 아프지 않은 행복한 추억..

그런 추억을 되살아나게 해주는게 아마도 음식이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애니매이션 라따뚜이에서도

비평가 안톤 이고가 결국 라따뚜이속에서 엄마를 기억하지 않았는가..

바로 고향을 기억하게 하는 요리..음식..재료..

엄마의 품처럼 늘 추억을 즐겁게 한다.

처마끝에 걸려있던 시래기를 시골에서 가져왔다.

다 직접 기렀던 무에서 무청만 골라 잘 말리신..무청시래기

무청 시래기는 근래에 와서 그 효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한다.

항암작용이 있다는 청담거사님의 이야기에 한번 찾아 본적이 있다.

그늘에서 말린 시래기는 비타민C와 식이섬유와 무기질 풍부해서

골다공증에도 좋고 뱃살 출렁이는 나에게도 좋다고 한다.ㅋㅋ

그 시래기로 역시나 철원에서 키운 돼지 갈비로 찜을 해본다.

 

 

그 옛날 먹을게 아쉬운 겨울을 대비해서..

김장을 담그고 남은 배추와 무청을 버리지 않고 말렸을 것이다.

그늘에 말려 햇빛에 엽록소를 파괴하지 않고 영양을 그대로 간직하게 했던..

겨울추위에 특별한 보양식을 먹지 못하는 촌부들에게 그렇게 좋은 영양이 있음을 어찌 알았을까..

그져 조상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집안에 봄을 알리는 후리지아를 한다발 놓았더니..

일주일 내내 집에 들어올때 마다 그 향기에 취하게 한다.

본디 식물이고 동물이고 뭔가 안되는 우리집엔 이런 꽃이 딱이다..ㅋㅋ

단지 말라서 버려야할땐 맘이 아파서..ㅠㅠ

 

 

철원 시골집에 다녀오면서..민통선 한우촌에서 구입한 돼지갈비..

뼈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잘라 피를 빼준다.

 

 

오늘 육수의 베이스는 철원표 파뿌리 되시겠다..

다시마 표고에 북어대가리와 디포리..

요기에 파뿌리를 ㅋㅋㅋ 보약되신다..

 

 

엄마가 주신 육향..

유일한 철원기업인 그래미에서 만들었단다..뭐 선전을 아니고..

공짜로 생기셨다해서 써본다..

원재료 일단 국산이 보여 안심이다..

 

 

한스픈 끓는 물에 넣고..

 

 

피빠진 갈비살을 넣고 끓인다..

철원표 된장도 살짝 넣어주고..

 

 

갈비를 건져 샤워기로 목욕시켜서..

 

 

역시나 철원표 무를 쓱쓱 쓸어서 바닥에 깔아주고..

 

 

갈비살을 얹어주니 왜이리 맘이 부자된 기분일까?

 

 

여기서 참으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게 나온다..

예전에 배추시래기를 집에서 만들때는 씻어서 말렸는데..

이거이 밭에서 그냥 추려서 묶었으니 흙도 밌고..

삶아서 우려내야 하는데..그져 물에다 불려서 걍 끓였다는..ㅠㅠ

맛은 좋았지만 바닥을 긁을때 상당한 내공이 필요했다..ㅋㅋ

 

 

철원표 된장에 고추가루 다진마늘과 매실청과 깨까지..

양파만 생협에서 산거니 난 엄마없으면 암것두 못할거다..이그..

장 담그는 것도 빨리 배워야겠다..ㅋㅋ

 

 

시래기까지 얹고 남은 무까지 얹어서..

육수 부어주고..양념장 2/3 풀어서 넣고..

강불에 팔팔 끓이다가..

약불로 줄여서 푸욱 고아준다음..

간보고 나머지 양념도 싸악..

참..희안하다..어찌 양이 딱 맞을까..ㅋㅋ

이래서 계량을 못한다..

 

 

갈비뼈가 보이고 무까지 푹익었을때..

시래기도 덩달이 잘 익었다..

우려내지도 않은 시래기..ㅋㅋ

된장이 맛있어서일까..별 잡내가 나지 않아 다행이다..

 

 

아..한편의 드라마 같다..

링귀니가 레이와 만나 요리의 꿈을 이루는 장면..

머리속에 그려진 그 음식이 앞에 있을때의 행복감..

물론 실수도 만회되었을땐..더 기분이 좋다..

 

 

시래기가 질길까 걱정했는데..

다행이 질기지 않았다..그래도 애들은 투덜거려서..

고기만 빼고 시래기만 넣어서 다시 끓였더니..

나중엔 국물까지 싸악..

근데..그 남은 흙은 어찌했을까..에고..

아이들에게 흙까지 먹이는 아빠는 아마 내가 유일할거다..ㅋㅋㅋ

 

 

통갈비가 날 잡아 잡수쇼..한다..

한대씩 뜯으면서 한마디 말도 없는 울 가족..

 

 

아빤 사진이나 찍으세요..

저희는 얌얌 합니다..인가? ㅋㅋ

마눌님까지 아주 조용히 서로의 임무?에만 충실한다...

 

 

이고가 떠올리던 엄마의 음식 라따뚜이는

우리식으로 치자면..소스는 엄마표 된장..

채소는 아빠표 밭에서 채취한 무청..

곁들이는 돼지갈비는 협찬이라고나 할까..ㅋㅋ

가만보니 고향에서 가져온 모든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엄마맛이 나는게 아닐까..

우리 아이들도 이리 먹다보면 자기들의 고향의 맛이 뭔지 각인되겠지..

물려주는게 재물이 아니고

바로 이런 고향의 맛을 기억시켜야한다.

늘 먹는 한끼의 식사속에서도 조상님을 기억하는

기억해주는 그런 아이들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