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웬지 청승을 떨고 싶다.
동생들이 지금이야 다들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어릴땐 그리 풍요롭지 못했다.
용돈이라곤 명절때 받은 세뱃돈을 아끼고 아껴 살던..
대부분의 이웃집 친구들이 다 그랬다.
동생들이 국민학생이고 내가 처음 중학생이 되었고..
그 중학교 앞 중국집은 하교길마다 짜장의 고소한 냄새를
마구마구 흡입시켜주었고..
가끔 친구들은 들어가사 턱턱 돈을내고 사먹는 모습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동생들을 학교 끝나면 중학교 앞으로
오라고 약속을 했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중국집에 데려갔다..
짜장면 곱빼기 한그릇을 시켜놓고..둘이 먹게 했는데..
정말 맛있게..소스까지 싸악 먹는 모습이..
왜그리 안되보였는지..ㅋㅋ
지금은 다들 잘났다고 지들 자랑이지만..
그래서 난 죽어라하고 짜장면만 먹는다..비싼 짬뽕은 안먹는다..ㅋㅋ
울 애들은 뭘 알겠나..아빠의 짜장에 대한 추억이 그리했다는걸..
그져 아빠가 툭하면 해줘서 싫다고 하는 배부른 투정이
아빤 더 해달라고 환청으로 들린다는 것을..ㅋㅋ
부엌 뒷베란다에서 득뎀한 짜장가루..
자연드림에서 이젠 짜장가루도 나오나 보다..
웬지 자장은 좀 느낌이 그렇다..짜장이 비표준어지만 난 그게 더 좋다.
중국집에서 조미료를 많이 쓴다는 건 아이들도 안다.
그 유해에 대해선 지금도 말이 많지만..중요한 것은 자연조미료로 맛을 내려면
그 가격엔 엄두를 못내리라..
복합조미료 한방이면 다시마 표고 디포리 황태까지 넣을 필요가 없으니..
육수를 내고 우리농산물로 채소를 준비하면 단가가 맞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짜장면을 먹이기가 두렵다..
바깥 음식에 길들여진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이것 저것 따지면 뭘 먹느냐..
그래서..미제 소고기를 드시는거다..칵카는 청정한우를 드시고..
몽메한 그대들은 광우병 미제소고기를 처묵처묵..
그렇게 당하면서도 나라 망할까봐 이나라를 하느님께 받친 군미필 넘들을 뽑냐?
이 콩가루 같은 것들을 육수 한컵에 박박 비벼버리니 속은 시원하다..ㅋㅋ
근데 이 짜장가루 재미나네..
춘장이 되어버렸다..ㅎㅎ
채소와 고기를 볶아서 육수와 함께 끓여주다가..
당근과 감자가 푹 익으면
미리 반죽한 짜장소스를 넣어 슬슬 저어준다.
향긋한 짜장냄새를 마구 강재 흡입시켜주고 있다.
엄마가 해줬던 짜장을 기억하며 처음 짜장을 했던 기억이 난다.
말똥말똥 쳐다보던 동생들의 눈망을도 기억난다.
아마도 내 첫 요리는 짜장과 카레였을거다.
정말 쉬웠으니까..ㅋㅋ
요건 울 딸래미 루치아꺼..
고기가 듬뿍 들어가야 아주아주 행복해한다..ㅋㅋ
요건 철원표 청양고추가루 팍팍 뿌린 아빠꺼..ㅋㅋ
매운맛이 더해져야..짜장이 더 맛난다..
마눌님은 저녁약속 있으시다고 늦으시고..ㅠㅠ
디모테오는 아주 대접에다 퍼서 비벼놓았다..
먹는 욕심만큼..많은 것에도 욕심을 내렴..
과욕은 금물인건 알지?..
너희들의 기억속엔 아빠표 짜장은 고기가 듬뿍..
채소도 담뿍..정성은 백만송이가 들었다고 기억해주면 좋겠다..
(잘난아들 이쁜내딸이 커서 난 아빠가 맨날 해주는 짜장이 너무도 싫었다..뭐
이러는거 아닌가 뭘러..ㅠㅠ)
두끼도 못가서..바닥을 드러낸 짜장..
행복했던 조금은 새디했던..어떤 추억도
맛난 짜장속에 같이 비벼진다..
가끔 궁상 떠는 것도 좋겠다..치매예방 차원에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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