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요리중/맛있는 요리

떠나는 봄날이 아쉬워 끓인 냉이달래 된장찌개

석스테파노 2012. 5. 7. 06:00

보통 약력 3월에서 5월을 봄이라고 한다.

4계절이 뚜렷했던 이나라 조선도 이젠 삼계절..

아니 이계절화 되어가니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나마 올해는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제법 많았던 것 같다.

5월이야 거의 더위와 싸움을 준비하는 달이 되어버렸지만..

아지랭이 피어오르던 들판에

호미하나 들고 지천에 깔린 냉이와 달래를 캐던..

그런 추억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도시한복판에서 태어나 아스팔트의 신기루가 추억인 사람은

아마도 그런 행복을 모를것이다.

철원 시골집이 있어 우리아이들은 그나마 냉이고 달래를 캐보았으니

커서도 그 추억을 간직하겠지..

아쉽게 가버리는 봄..

그 향기를 느끼며 정말 흔하디 흔하고

쉽디 쉬운..된장찌개로 면피한다.ㅋㅋ

 

 

된장이든 고추장이든 장맛은 사실 메주에 있다.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3년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정성을 들여 만드신다.

집된장이 없는 요즘의 도시생활인들은 공장에서 생산된 장을 먹는데..

그속엔 먹고 싶지 않아도 서비스로 넣어주는 수많은 첨가물이 가득하다.

 

 

 철원에서 캐온 냉이..

 

 

 하우스 재배용이 아니라 뿌리의 크기가 제각각인 달래..

이게 바로 자연산이다..ㅋㅋ

회만 자연산을 따지는게 아니다. ㅎㅎ

 

 

철원표 된장과 우리콩 두부..

철원땅에서 캐온 냉이와 달래..오늘의 찌개 재료다.

 

 

육수는 늘 기본으로 다시마와 파 무..

디포리와 표고로 내주면 구수한 향이 집안에 퍼진다.

 

 

옹기에 욱수 붓고 된장을 풀어 끓여준다.

생기는 거품을 걷어주며 충분히 맛을 낸다.

 

 

 

냉이와 달래를 넣어주고..

 

 

두부를 넣어 팔팔 끓여주면..

아쉬운 봄도 돌아올 것 같은 된장찌개 완성이다.

  

이렇게 팔팔 끓은 찌개를 보니..

어찌 딱 예전의 내 성깔 같다..

왜 그리 참지 못하고 난리를 치고 살았는지..ㅠㅠ

팔팔한 젊음일 수 도 있지만..

인내하고 여유로움을 조금도 일찍 알았다면..ㅋㅋ

아침부터 별일이다.

 

 

보글보글 끓어 오르는 소리에..

우리 가족들이 깨어난다면..ㅋㅋ 그럴일 없다..

뭔 늦잠들이 그리 많은지..ㅠㅠ

 

 

그래..그리 잠이 많아야 내가 찌개라도 끓이지..ㅋㅋ

엄마의 마음이 이랬을까..

난 구수한 된장찌개 얼큰한 김치찌개 향이 퍼지면

어김없이 눈을 떴다..배고픔과 기쁨이 함께 하던

그 무수한 엄마표 아침상..

 

 

파맛과 비슷한 달래도 찌개속에 들어가면 단맛을 낸다.

향긋한 냉이는 거칠 것 같은 줄기와 뿌리도 그리 부드러울 수 없다.

삶도 그러하겠다.

곧곧한 고집은 원만한 여유로..

매섭고 날선 성격은 온화하고 인자함으로..

팔팔 끓던 성질도 시원한 웃음으로..

그렇게 변화되어가나 보다..

이런 아침의 행복을 느끼는 앞뒤 아파트 부억에도

같은 하늘 아래 많은 집들도 함께 하겠지..

아..

마지막 간은 까나리 액젓 약간..싱겁게..

싱거운 사람이 짠사람 보단 낫다...ㅎㅎ

싱거우면 그 깊은 맛이 느껴진다..

짠맛에 가려진 자연의 맛을 찾긴 힘들다..

그래 싱거워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