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요리중/맛있는 요리

아내 입맛 잡아주려 하루에 두번만든 콩나물무침

석스테파노 2012. 7. 3. 06:00

우리집 냉장고에 없으면 허전한게 두부와 콩나물이다.

둘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형제지만..

두부는 콩을 갈아 뜨거운 열탕에 목욕을 하고

짠 간수를 만나 몸을 비틀며 짜져서 태어난 아주 귀한 음식이고..

콩나물은 시원한 생수에 샤워하며 그늘에서 쉬엄쉬엄 자라

귀한줄 모르지만..

19세기 탄탄하던 러시아 발틱 함대가 콩나물때문에 일본에게 작살 났다는 사실은

아마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괴혈병에 걸린 러시아 병사들이 콩으로 물만 주면 되는 콩나물을 길러 먹었다면..

일본은 아마 개작살이 났을것이니까..ㅋㅋ

천연 비타민 ABC가 콩나물이니 약간 거만을 떨어도 되겠다.

그래서 다리가 긴거구나..콩나물..ㅎㅎ

여성민우회 생협에서 구입한 콩나물 두봉지 중에 한봉지를 들어내어..

콩나물 무침을 만들어본다.

마눌님 도시락 반찬도 해드릴겸..입맛도 돌게 만들겸..

겸사겸사..무치기로 맘 먹었는데..

하루에 두번을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ㅠㅠ

 

 

아무리 한이불을 덮고 잔다지만..태어나 자라며 오랫동안 굳어진 음식습관은

비슷해지긴 하지만 똑같을 수 없다..

내 입에는 좀 생캉생캉하게 씹히는 식감을 좋아하는데..마눌님께선 푹 익은걸 좋아하시니...ㅠㅠ

요리를 가족의 입맛에 맞추는게 습관되어 있지 않은 내 실수가 시작된다.

 

 

유통기한이 가까워지거나 지나면 세일에 들어가는데..바로 요넘 되시겠다.

무려 20%..ㅋ 가정경제에 도움이 된다..

물론 맛도 영양도 암 문제 없으니까..

 

 

철원표 들기름 살짝 두르고..

한번 씻은 콩나물을 바로 투여..

저수분으로 한김 날려준다음..찬물에 바로 씻어서 물기를 빼주었다..

 

 

탱탱함이 살아있는 콩나물...바로 이런 콩나물을 원한다..

다진마늘과 고추가루와 깨 갈아서 넣고..약간의 소금과 참기름 살짝..

식초와 매실청을 넣고 파송송..

 

 

오른쪽으로 비비고 왼쪽으로도 비비고...

젓가락 신공으로 잽싸게 무쳐주면 완성..

 

 

요리 한통 담아두면 마음도 든든..

도시락 반찬으로도 좋고..밥반찬으로 좋아서 마눌님이 좋아하시리라...

그리 믿었는데...

 

 

한젓갈 드시더니..

'덜익었는디...넘 생캉생캉...'

'우띠...'

우린 고객이 만족할때까지 서비스한다란 정신으로...

다시 하나 남은 콩나물을 꺼낸다..

오기와 패기를 구분 못하게 될때..우린..미쳤다고 한다...

 

 

그래..콩나물 무침에 미쳐보자...

또 한봉을 꺼내서..이번엔 다시마 디포리 표고 육수를 낸 냄비에

콩나물 넣어주시고..뚜껑 덮고

은근과 끈기로..폭 익혀주신다..

콩나물만 건져서..찬물에 샤워시키고..

다시 양념 투여..내 입엔 맞지 않는 푹익은 콩나물 무침이 된다.

 

 

통에 담기전에 한입 드려본다..

'이건 맛있네..'ㅠㅠㅠ

그려..아무리 오래 살아도 입맛을 다른거니까...

 

 

고이 통에다 모셔준다..

하루에 콩나물 무침이 두통이 되었다.

한통은 내거..한통은 마눌님꺼...ㅋㅋ

 

 

또 얻은게 있다면..푹 익은 콩나물 덕에 콩나물 육수 득뎀..

다시마와 디포리는 건져버리고...표고는 송송 쓸어서 넣어준다.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면..아침에 후딱 찌개던 국이던 할 수 있겠다.

부부가 같지 않은 이유는 한자도 다를뿐더러..두 사람이 한집에 살기에..

다름은 알면 같은 것도 알게 되나보다..

콩나물을 두번 무치고 나니..

휴일 오후가 후딱 지나가버린다..ㅋㅋ

담엔 푹익은 콩나물 무침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리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뭔들 못할까..내 입이야 언제든지 맞추면 되는 것을..

콩나물 두번무쳐서 얻은건

바로..

사랑이란 두글자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