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수요일 날씨 안개..맑음
창문을 미친듯이 흔들어대던 바람은 조용해지고..
어슴푸레한 새벽녘이 얼굴을 내민다..
옆방에선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밤늦게까지 노래방기계를 틀고 재미있게 노셨나보다..
즐겁게 사는 쥔장가족이다..
자..가자!...
오늘은 단단히 맘을 먹어야한다.. 네비로 150킬로가 넘는 길이다..
뜨뜻한 방에서 이틀이나 몸을 풀었으니..
힘이난다..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 한다..ㅎㅎ
5시에 일어나..
물을 끓인다.. 놀러가거나 비상으로 사두었던 씨레이션을 3개 가져왔는데..
이번 여행에서 두번째로 먹는다..
유효기간 한 두달지났는데..ㅎㅎ
방정리 하고.. 이불도 이쁘게 정리하고..
짐확인하고..시름도 해결하고..
6시에 출발한다..
안개가 낀 미시령을 뒤로하고.. 대청봉막국수집을 나선다..
인정많은 분들.. 그런데.. 막국수를 못먹어봤다..ㅎㅎ 담에 꼭 들리리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라 기원하고..
출발한다..
공사가 한창이라.. 여기저기 파헤치고 있다..
살얼음이 얼었다..허걱..
10여분 열심히 패달링으로 몸을 덥힌다..
그래도..
춥다.. 웬 4월중순에.. 얼음...
미친듯이 달려.. 미시령 계곡을 빠져나간다..
북면 교차로에서 춘천 양구방향 31번 국도를 탄다..
안개자욱한 것을 보니.. 아마도 날이 무척이나 맑겠다..
지나다.. 현대오일** 주유소에서 시름을 해결한다..
커피한잔 하고 가라는 사장님께 정중히 사양하고 간다..
감사하지만..커피는 담배와 함께 이별했다..
그래도 가끔 원두커피는 묽게 해서 마시면 맛있다..
아.. 커피향이 그립다..
푸릇푸릇 피어나는 봄잎들...
산을 정말 예쁘게 한다..단순한 초록이 아니라..아주아주 산뜻한 초록..
하얀 조팝꽃도 이쁘다..
강원도의 아름다움이다.. 자연의 아름다움...
31번 국도를 따라가니... 계곡도 있고..
마을이름판에.. 주인이름까지 명찰이 되어 있다..
정자도 보이고..
들어선 레미콘 회사에서 단장을 해주었나보다..
팬션들도 있는데...역시나 썰렁하다..
이리저리 꼬불꼬불..
약간의 오르막이 계속된다..
해발고도를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홍천국도표지판..ㅋㅋ
광치령위 터널에서 기념샷도 찍는다..
이제 조금 턱선이 나오고..배도 좀 들어간것 같다..
살빼는데는 자전거가 정말 최고다..
한번더 집나가서..더 빼볼까?ㅎㅎ
오르막의 숨막힘은 내리막의 짜릿한 쾌감으로 변한다..
이번 여행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무엇인가도..
혼자라는 즐거움이 무엇인가도..
사람들과 어울려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참고..
땀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오르며..
아이들생각..아내생각..부모형제생각..
앞에 펼쳐질 내 인생에서의 모든 고난이든 고통이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다..
그래서 난 할 수 있다..
모든지 할 수 있다..
공리에서 춘천 서울방향 도로가 임시개통이 되어있다..
공사현장을 지켜보던 현장직원에게 자동차전용도로냐고 물어보니..
잘 모른다고 한다...헐.. 도로만드는 사람이 그걸 모르고 있다니..ㅋㅋ
소양강을 끼고 꼬불꼬불 고개깃을 넘을 생각에 암담했는데..
쌩하니.. 올라탄다..
이 아침에 후딱..가보자..
올라타니..바로 터널이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길을.. 냅다 밟았다..
갓길의 배수그레이팅이 타고 넘을때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넓어서 차가 지나가도 겁이 나지 않는다..
단.. 무쟈게 길다..
긴 터널이 계속 나온다..
터널 관리소인가에서 잠시 쉬어본다..
배가 많이 들어갔다..ㅋㅋㅋ
얼려온 얼음물로 목을 축이고..
지도를 본다..
와.. 꼬불꼬불한 길에서 소모될 체력과 시간이
상당히 세이브된것 같아..신난다..
춘천시로 들어간다..물론 화천방향으로 갈거지만...
춘천 닭갈비가 생각난다.. 쟁반국수도..
닭튀긴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굽거나..삶거나..볶은거는
맛있다..
담에 춘천도 함 가보자..
춘천시 입성 축하로.. 추곡터널이 맞이해준다..
까이꺼.. 미시령도 넘었는데.. 이정도 쯤이야..
그래도 저질체력이라 힘들다...ㅋㅋ
추곡터널.. 너 기억나겠다...
제주에서 주워온 마스크 참 잘 썼다..
잃어버린 자매는 속상하겠지만..덕분에 잘 썼다..
더워지니 버프는 숨이 막혀서 못쓰겠다..
간척 사거리에서 46번 국도를 버리고..
화천방향 461번 지방도를 탄다..
조금 달려가보니..461번이 갈라진다..
이거..어디로 가야하는겨?..
지도를 보니 유촌쪽이 맞는 것 같다..
화천이라고 써주면 어디 덧나남...
조금 가보니.. 이제 화천이라고 써놨다..ㅋㅋ
화천...
참으로 온갖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춘천지나..
붓다리고개에서 내린다..
소리소리 지르며 열을 맞추고..
장비확인하고..
걷는다..
자대배치 받고 바로 들어간 혹한기훈련..
참..지독했다..
행군이 그렇게 힘든것임을 알았다..
발바닥이 다 터지고..양말은 피로 물들었다..
그렇게 10번을 화천을 가서야..
발바닥에 아주아주 작은 물집이 잡혔다..ㅎㅎ
벌써..이십년도 넘은 기억이 생생하다..
불어터진 만두국..
물뜨러 들어간 민가에서..
부엌 곤로위에 있던 만두국..
쳐다보는 나에게 할머니가 끓여줄까? 하셨는데..
그냥 퍼먹었다...땀과..눈물과 함께..
그런 기억이 화천과 춘천에 어려있다..
그기억속으로 난 자전거를 타고 간다..
꼭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이유가 있다..ㅎㅎ
간동면 유천리에서 점심을 먹는다..
뭔 시골중국집에 평일 점심에 사람들이 많은지..
군인애들과 주변 현장 인부들이 계속들어온다..
30분을 넘게 기다리며..
복짜면을 먹는다..
맛있다.. 기다린 노여움을 풀어준다..
거기에 휴대폰 충전은 써비스..ㅋㅋ
밥먹고 출발..
바로 고개하나 넘고..북한강을 끼고 화천으로 간다..
물은 많이 줄어있고.. 낚사꾼들 차만 몇대가 보인다..
6.25때 숨진 선열을 위한 추모비가 보인다..
동족간 전쟁에 얼마나 많은 죽음이 있었을까..
잠시 평화의 안식을 바라는 기도를 올리고 간다.
화천에 들어선다.. 입구부터 북한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되어있다..
팬션에선 자전거대여로 해준다는 선전도 한다..
화천이 이렇게 변했다..
그 허름했던 곳이...
자전거 전용 다리로 있다..ㅎㅎ
철원 김화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철원까지 62킬로 남았다..
힘을내자..
역시 강원도다..ㅋㅋ
즐비한 이름모를 고개들이 환영해준다...
건너편 지나던 짚차에서 말을 건다..
어디서 왔냐고..
화이팅 한번 외쳐주고 간다..ㅎㅎ
힘난다..
잠시 쉬면서..길을 확인한다..
다목리를 지나면 수피령이 버티고 있다..
마지막 관문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가자..
조용한 다목리를 지나..
수피령 입구 군인회관에서 물을 뜨고..작은 시름도 던다..
주변에 호텔도 없는 시골에..
군인회관은 고급식당이다.. 한우는 허걱..비싸다..ㅋㅋ
수피령 해발 600m에서.. 멈춘다..
걸어내려오던 군인애덜에게..
정상이 가깝냐고 물었더니.. '아뇨.. 겁나가 먼데요'
그소리에 기가 질린다..ㅋㅋ
결국.. 미시령 1킬로 끌바하듯... 수피령도 끌바로 넘는다..
에구..저질체력..ㅎㅎ
수피령 780m를 지나면서
고항을 질렀다..
'야~ 수피령.. 담에 보자.. 담엔 꼭 타고 넘는다..'
이젠 큰 고개가 없다..
철원집은 가까이 온것 같은데..
몸은 천근만근이다..
와수리를 지나는데 자전거가 지나며 인사를 한다..
60정도 보이는데 철원MTB회장도 맡으셨단다..
탄탄해보이는 하체...
물한잔 나눠 마시고..헤어졌다..
휭...하니. 날아가신다..ㅎㅎ
문혜리로 들어가.. 상사리로 빠진다..
몸은 천근 만근...
오다가 두명의 라이더를 만났다..
쌩하니 내빼는 싸이클..인사하고 지나가면 누가 잡아먹남..
MTB한대 지나면서 반갑게 인사한다.. 인사를 나누고..
오르막을 치고 가는데..정말 잘달린다.. 부럽다..
결국..쌩까고 지나간 라이더는 2킬로 더가서...
빵꾸를 때우고 있었다...
지나면서... 역시.. 인사하면 빵구 않난다..는 교훈을 얻었다..ㅋㅋ
어머니가 마당까지 나와 반겨주신다..
아마도 2층에서 지켜보고 계셨나보다..
쓰다듬어 주시는 손에 목뒤가 땡긴다..
엄마가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아버지는 별 말씀이 없으시다..속으로 걱정을 많이 하셨겠지만..
맛있는 저녁으로 150킬로의 마지막 패달링을 보상받는다..
아버지께서 따라주시는 소주맛이 정말 좋다..
주거니 받거니..
이렇게 밤을 보낸다.
마당과 꽃밭에 피어난 금낭화와 할미꽃과 야생화들....
모두 나를 반겨준다..
주행거리 : 153.9km
주행시잔 : 9시간 32분
평균속도 : 16.1km/hr
누적거리 : 2969 - 1650 = 131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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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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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서 출발해서 목포, 제주를 경유하여 부산에서 속초까지..
그리고 속초에서 철원까지 나름대로 긴 여행을 태어나서 처음
해봤습니다. 행복한 여행이었고..많은 생각을 정리하고 버리고
앞으로의 삶에 힘이되었습니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의 말씀을 전하며 여행기를 마칩니다.
모든 분들의 가정에 평화가 가득하시길..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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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여행 후 정리해본 Tip
1. 아쉬운점
짐은 정말 최소한으로 하자.
여벌의 옷은 민망스타일만 해결할 겨벼운 츄리닝바지 하나.
기능성자전거의류는 입고간 한벌로 충분..
양말도 갈아 신을 여분 한족만
읽어보지도 못한 책은 두고 가자..MP3에 TEXT로 저장하던가.
캠핑여행이 아니라면 취사도구는 빼자..여관에 뜨거운물 나온다.
4관절락..1킬로를 늘렸다...ㅎㅎ 빼놓자.
지도는 한장으로..코스는 미리 정리하자.
클릿신발은 가벼운 로드용으로 준비하자.
관광지와 맛집에 대한 조사를 하고 가자.
비상약을 준비하자. 특히 소독약과 매디폼
체인오일과 녹방지오일을 챙기자.
야외방석(접이식)을 챙기자.
2. 잘한점
아쿠아슈즈는 정말 잘 가져갔다.
똑딱이와 초미니삼각대 선택을 잘했다.
농협캐쉬카드 잘 만들어 썼다..
로드타이어로 교환 잘했다.
1인용 돗자리(깔게) 잘 챙겼다.
3. 전국여행 후 달라진점
웬만한 고개는 이제 성에 차지도 않는다..
웬만큼 가는 거리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같이 잔차 타는 회원들이 샘을 낸다..
(평균속도 증가, 주행속도 증가 등)
그렇게 않되던 스탠딩이 조금씩 된다.
새 타이어가 헌타이어 된다.
아내가 흐뭇(?)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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