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1일 화요일 날씨..맑음->강풍->비바람
비온뒤의 청명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침은 해장국으로 해결하고..
짐싸고..
얼렸던 물도 챙기고..
잃어버린 것 없나.. 챙기고 챙기고..
나왔다..
미시령을 향해가는 길에..
무지개가 떠있다..
정말 오랫만에 보는 무지개였다..
어제 아내와의 통화로 마음이 개운해지고..
미시령이 어서오라고 환영하는 것 같아..기분이 좋아진다..
무지개를 쫒아가는 소년의 마음이 이랬을까..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면 갈 수 록..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진해진다..
내가 무지개를 쫒고 있는 건가..
아니.. 무지개 뒤에 있는 미시령을 가고 있는거다..
미시령 오르는 입구에 웬 할머니들이 식당을 많이 하고 계신다..
원조라고 쓴곳도 있고..
예전에 먹었던 곳도 보인다..
우리할머니도 저런 이름 좀 날려주시지..ㅎㅎㅎ
살아계시는지는 모르지만..할머니까지 동원한 식당들이 참 많다..
용대까지 17킬로.. 18킬로가 아닌것을 보니..조짐이 좋다..ㅋㅋ
뒤로는 속초를 옆으로는 설악산을 보며 간다..
본격적으로 미시령 옛길을 타려한다..
미시령에 걸쳐있는 구름이 심상치 않아보이고..
바람은 정말 최악의 상황인 맞바람이 분다..
그래도 올라간다..
가보자..
미시령 터널이 보인다.. 예길도 보이고.. 정상에 휴게소도 멀리 보인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한발 두발..가까워지는 것 같은데..
역시나 저질 체력은 땀을 빼게 한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인지..
평소엔 없었을..작은 폭포들이 반긴다..
작은 자연의 축복을 감상하면서 올라간다..
설악산을 배경으로 자전거도 한컷..나도 한컷..
올라가는 차는 드물게 한두대..
자전거 전용도로다..ㅎㅎ
바람이 점점 세진다..
아..이렇게 올라오니..옛길과 터널길이 보인다..
저길 올라왔구나..하하하..
속초야 안녕...다음에 보자..
약한 오르막에서 동영상을 담아본다...
정상을 마주하지 않는 길은 바람이 덜하지만..
정상이 보이는 길에선 정말 사정없이 불어준다...
결국..
정상 1킬로부터 끌바를 한다..
지나는 차들이 비웃는듯 한다..
그래..저질 체력이라 그렇다..어쩔껀데..
강풍속에 날아드는 모래와..
중심을 잡을 수 없을만큼..몰아치는 강풍에..손을 들었다..
결국.. 이렇게 미시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날씨는 금방이라도 비가 올것같은 어두움에..
바람은 자전거를 쓰러드리기에 충분했다..
몸까지 밀릴정도의 바람..참나..
무지개뒤에 이런 것이 있을 줄이야..
정상 인증샷도 정신없다..
자전거를 타고 내려갈지 의문이다...
중심을 잃으면..또 자빠딩인데...
한 1킬로정도 끌고 내려가다 살살 타본다..
바람과 빗방울이 같이 얼굴을 때린다..
내리막에서 스탠딩을 연출시키는 바람..
참..대단한 자연의 힘이다..
비를 맞으며 용대리로 내려온다..
황태파는 가게에 잠시 서서 비를 피해본다..
쥔장에게 근처에 민박집이 있냐고 물어봤다..
자기집에서 한단다..
오만원 달라는 소리에..
비그치기가 무섭게 나왔다..
배도 고프고..
눈에 띄는 집에 들어간다..
두부전골 1인분을 특별히 해주신다.. 본디 2인이 기본인데...
쥔장과 여행이야기..날씨이야기.. 허리아픈 이야기를 하다가..
자고가란다.. 밥집과 민박을 같이 하는 집이다..
계산을 하니..방값 이만원만 받으신다..에고..감사합니다..
강풍과 비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정말 뜨끈뜨끈한 방에서 하루를 보낸다..
위성티브이도 있고..화장실도 깨끗하고.. 방도 이부자리도 깨끗하다..
여관보다 훨 낫다..
미시령 넘었다는 소식을 마눌님과..지인에게 메세지 보내고..
비록 끌바를 해서 넘었지만..
태어나 첨으로 자전거로 미시령을 넘은 기분은 좋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백두대간을 다 넘어보자..
겸허하게..오만부리지 말고..
내나라 내땅을 내눈으로 보고..기뻐하자..
붕붕..불어대며 무서운 소리를 내는 바람에
긴잠도 자긴 틀렸지만..
기쁜마음으로 자본다..
주행거리 : 28.1km
주행시간 : 3시간7분
평균속도 : 9km/hr(ㅎㅎ 최악이다..)
누적거리 : 2815.1 - 1650 = 1165.1km
4월22일 수요일 날씨 : 강풍...
밖에 보이는 도로에는 차들이 아무일 없듯이 지나고 있지만..
바람은 멈출줄을 모른다..
철원까지 한번에 갈 수 있을지..150킬로가 넘는데..
오후라도 멈추면 몇십킬로라도 갈까..고민한다..
아침은 속초에서 삶아온 계란 두개로 때우고..
밖에를 나갔다..들어왔다 하면서..
마음만 졸인다..
바람이 너무 불면..자칫 중심이라도 잃으면..
아찔하다..
공사중이라 갓길도 좋지 않을텐데..
깔리고 싶지는 않다..ㅋㅋ
식당은 쥔장 어머니와 딸이 함께 하고 있었다.. 사위도 있었는데..
같이 나물도 하러다니고.. 술도 많이 담가놓으셨다..
하루를 더 묵는다고 하니.. 그러라고 하신다..
뒹굴뒹굴 거리며 티브를 보고 있는데..
저녁을 먹으러 내려오란다..
삼겹살에..밥에.. 소주까지 주신다..
에고..고맙습니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같은 강원도 사람이라고.. 지나는 객을 밥한끼 챙겨서 보내주시는 마음에
인사를 열심히 했다..
낼 새벽에 가야하니..방으로 올라가면서..
미리 인사를 드렸다..어르신께도..
누워서 생각해본다..
나도 누군가에게 밥한끼를 대접할 수 있는 인정이 있는지..
사람끼리 정을 느끼며 살도록 노력하자..
자전거 1m도 못타고..
속초에서 하루..용대리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래도.. 속초에서처럼 외롭고 쓸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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