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즐거움/자전거여행

[자전거여행]전국일주-16 속초에서 울어버리다

석스테파노 2009. 5. 20. 12:33

4월20일 월요일 날씨 : 비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어제 밤부터 왔나보다..

일기예보는 내일까지 비가 온다고 하고..

영동지방엔 강풍이 예상된단다...

 

 

인터넷 무료사용이라 들어왔는데..

잘 되지 않았다.. ㅋㅋ

 

 

 

 

 

 

 

청초호로 슬슬 나가본다..

우비를 입고.. 비가 살살 내린다..

송혜교나왔던 가을동화 전화박스도 있고..

묶여있는 배들..

운행이 중지된 놀이기구들...

조용하다...

 

 

자전거를 생활화 하여 깨끗한 유원지를 가꾸는 것은 찬성하는데..

자전거를 생활화하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24시를 한다는 물회집에 들어간다..

깔끔한 실내에..찬도 깔끔하다.. 맛도 좋다..

육수를 소뼈로 한단다..소뼈.. 중국꺼는 아니겠지..

밖에는 비가 오고..

안에서는 물회가 있고..

반찬도 좋고..

 

 

앞테이블엔 두부부가 해장술을 시작하고 있다..

맥주 2병.. 소주 3병째... 들어올때..이미 있었으니..

목소리가 높아져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는데..

아마도 한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다른부부는 화해를 시켜주기 위해 왔고..

 

부부간 갈등의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져 참고 참으며 사는 것은 더 큰 화를 불러낸다..

 

ME주말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나도..지금 저들 부부처럼 대화하고 있을것이다..

 

'내생각은 이렇거든..니가 이렇게 해줘야....'

'니가 뭘 잘했다고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아..대화가 아니다...자신의 원망과 불만을 토로할뿐..

상대에 대한 미움만 증대시킬뿐이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한다..

단지 내 배우자라고 해서.. 소유하거나 억압하고 있지는 않는지..

배우자가 변한게 아니고.. 나로 인하여 변한것이 아닌지..

내 모든 느낌을 배우자에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대화가 된다..

 

아..

스테파니아가 보고 싶다..

이게 뭐하는 건가..

여행지에서..

혼자..

청승을 떨고 있다..

 

비가오던 말던..미시령을 넘어갈까?..

어제 자빠딩한 기억이 앞을 막는다..

 

이젠..

같은 자리에 있지도 않은 부부들과 대화를 한다..

참으로 고치기 힘든 중증으로 변하고 있다.

 

 

 

아침을 먹고.. 이리저리 다니다..

편의점에서 계란과 막걸리 두통을 사들고 모텔로

들어온다..

쥔장은 나물을 차에서 내리고 있다.. 아마도 이른아침 나물을 따러 갔나보다..

오늘도 잘거라니까.. 오천원 깍아준다..

 

비는 부슬부슬오고..

막걸리 한잔 두잔..마시면서..

혼자의 생각속에 갇힌다..

 

앞으로 할일..

하고 싶은일..

이런생각 저런생각..

 

무심코 전화기를 든다..

목소리 들으면 바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까봐..

메세지만 주고 받았던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에이..

담담하게.. 건강하게 잘 있고..

며칠있으면 볼 수 있어..라고 하고 싶었는데..

목이메이고..

눈물은 왜 나냐고..

거의 엉엉 울면서..다신 개고생 안할것을 다짐했다..

한참을 아내와 함께 울었다..

막걸리의 도움도 있었지만..

정말 보고 싶었다..

속초터미널가서..집으로 가고 싶었지만..참았다..

건강하게 잘 돌아오라는 아내의 당부를 듣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 건강하게 돌아가자..

미시령..너..거기 있어라..

낼 만나자...사이좋게..

 

 

 

 

 

 점심은 막걸리로 때우고..

그냥 자려고 했지만..

배가 고프다..

저질 체력을 소모하지도 않았는데..

때되면 배고픈 것은 어쩔 수 없다..

모텔 앞 식당을 보니..뷔페란다..

그리 비싸보이지 않아..들어간다..

음식도 깔금하다..

나중에 점프해서..진부령과 미시령을 넘을 기회가 있을때

또 와야겠다..

 

 

 

 석달전에 음주라이딩 하다가 자빠딩때 다친 왼손이 불편하다..

오른손과 비교해보니.. 세째 네째 사이가와 다섯째 사이가 부어있다..

주먹이 완전히 잡히지 않는다..

간간히 부엇다 가라앉았다 했는데..

다쳤을때.. 바로 병원에 가보라는 집사람의 이야기를 무시한 결과다..ㅋㅋ

무릅은 까지고.. 손은 붓고..

마음은 허전하고..

 

몸이 힘든것 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단단히 고쳐먹고..

내일을 위한 충전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