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5일 수요일 날씨 : 흐림
제주에서 출발한 배는 6시 이전에 도착한다..
뿌우연 새벽기운이 부산항에 가득하다..
잠은 일찌감치 달아나..새벽부터 안달을 한다..
오늘은 울산이다..
제주에서의 모든 미련은 접어두기로 했다..
다음이 있으니까..ㅎㅎ
새벽 부산항을 처음 바라본다..
해운대에서 밤새 술먹고.. 해장국 먹느라 새벽의 부산을 보긴 했어도..ㅎㅎ
사람들은 벌써..웅성인다..
이미 다 씻고.. 시름까지 털고.. 잔차까지 확인하고 준비한다..
밤새 자전거는 잘 있었나보다..
지금 사진을 보니..깃발이 없다..ㅋㅋ
그렇게 잘 챙긴다고 다 확인했었는데..
결국.. 제주에서 부산 바다에.. 깃발을 버리고 내렸다..
묵주에.. 버프에.. 휴대폰 배터리와 충전기팩.. 거기에 깃발을 잃어버렸다..
저질 체력에 저질 기억력...
다음 여행땐.. 잃어버릴 짓을 하지 말자..ㅋㅋㅋ
자전거를 끌고 내릴려고 하니.. 승무원이 앞으로 가서.. 차문이 열리면 내리란다..
오를땐 사람타는 곳으로 올랐지만..
내릴땐.. 자동차 취급을 받았다..
새벽이라 광량이 모자라.. 상당히 떨리는 사진이다.
새벽 6시....
조용한 부산시내를 어서 빠져나가야 한다...
정말 부산에서 운전하시는 분들의 성격을 잘 알기에..
오로지..7번 국도를 찾아 열심히 패달질을 한다..
마주친 라이더에게 물어도 보고..
서있는 택시기사분께 물어도 보고..
길을 물었지만..
손폰 네비에서 물어보는 것만큼 신통치 않다..
결국.. 네비를 켜고 밟는다..
겨우겨우..길을 찾아..달리다가..
우측차선 상시 통행..좌회전이 이따금 들어오는 삼거리를 만난다..
차량의 속도가 빨라.. 좌회전 차선으로 진입이 어렵다..
잠시.. 우측 보도에 기다리다..
차가 잠잠할때.. 좌회전 차선으로 진입하려는데..
참..멀리도 있던 차들이..저질 체력 자전거를 바로 추월한다..
수신호로 좌회전을 하겠다고 아무리 손짓을 해도..
이 미친넘들은 좌측 차선으로 추월을 한다..
아..놔... 클락션울리고.. 생 지*을 한다..
어떤넘이 '야!'하고 소리를 지른다..
눈뜨고 장님이 운전하는거 아니면..
어떤 미친넘이 좌회전 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려는 것을 못볼까..
부산분들중 운전하시는 아주아주 적은 부류의 사람들이..
정말로.. 이해되지 않는 운전행태로..매너좋은 분들을 욕되게 한다..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는 대통령님..
시내도로에서.. 상시 통행 신호가 있는 삼거리.. 교통신호를 바꾸세요..
자전거도 우마차와 같이 도로주행을 해야하는데..
어찌 차처럼 속도맞춰서 좌측차선에 끼어들 수 있냐고요...
신호라도 끊어져야 들어가지..
높으신 분들이 타고 다녔던 자동차..
그것이 우선이다보니..
이나라는.. 사라보다.. 차가 우선이 되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야..
정신을 차릴까..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직선도로에 옆에서 들어오는 차가..
자전거를 밀어붙이는 몰쌍식한 상식이 당연하게 통하는
정말 자전거 천국인 우리나라....행복하다..
정말.. 그동안 제주에서 쓰지 않았던 벼라별 욕을 해대며..
남산동역 근처 편의점에서 아침을 먹는다.. 삼각김밥에 컵라면..
오다가.. 김밥천* 뭐 이런 집들도 하나 없다..
해장국집도 없다..
온천장역 지나가다.. 복집이 생각났는데..
그져 빨리 밟고 지나가려는 맘으로 지나갔다..
허심청 뒷길에 있는 대복집.. 참 맛있었는데..
해운대 할매복집도..
뭐 유명한 복집 체인점은 별로다..
아침을 마치고.. 계속 밟는다..
노포동역을 지나서야.. 국도를 탈 수 있었다..
비교적 노견도 넓고..
차들은 정말 많이 지나다닌다..이른 아침부터..
창기마을에서 쉰다..
개들이 짖어대는데.. 쳐다보지도 않았다..
왜 자전거만 지나가면 짖냐고.. 그렇게 만만해 보이냐?
된장발라 먹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다..ㅋㅋㅋ
제주에선 그렇지 않았는데..
비를 맞고 난 이후부터..언덕만 만나면 끽끽..대는 소리를 낸다..
얘가 병이 난건가?
평지에선 소리가 없는데..
기아변속때 체인이 말리기도 하고..
녹슨 체인은 본디색으로 올생각은 안하고..
굴러는 가니..그냥 믿고 가보자..
날씨가 흐려...고글을 야간용으로 바꾸려니.. 없다..
헉.. 제주에서 마지막에 회한접시 먹다가.. 그집에 놔두고 왔나보다..
아.. 이 저질 기억력이여...이젠 고글까지..
제주에 다시가야할.. 미련이 아주 꾸역꾸역 생긴다..ㅎㅎㅎ
조용한 지방소도시에.. 농협과 롯데마트가 마주보고 서있다..
잠시 작은 시름 해결하고자 주유소에 들렀다가.. 나오니..
썰렁한 모습의 마트가 있다..
유통으로 잔뼈가 굵고.. 특히.. 음료수 판매와 창고로 정말 돈을 많이번..그 회사..
어김없이 이 소도시에도 땅을 차지하고 앉아있다..
아마도.. 많은 세금을 내서... 이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거의 20년을 차지하고 있던 잠실땅에.. 성남비행장 활주로 까지 바꿀 수 있게
만든 대단한 회사.. 자전거를 만들었으면 정말 잘 만들었을텐데..
가만보면.. 이나라 기술력 증진엔 별 도움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얼마를 달리니.. 울산이다.. 물론 울산 외곽이니 아직은 더 가야한다..
공사를 하는 구간빼놓고는 갓길 정말 잘 되어 있었다..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 생각보다는..
있는 갓길을 잘 정비하고.. 운전자들 교육과 홍보에 더 힘쓰는 것이 경제적이지
않을까.. 삼천리자전거타고 나도 자전거 탄다고 자랑하지 말고..
전국일주를 시켜야한다..
울산시로 접어드니..거의 한시간에 한대다닐까 말까하는 버스까지 도착시간을
예보해준다..
참 좋은 시스템이긴 하지만..
조금은 낭비스럽기도 하고.. 시골을 죄다 도시분위기로 바꾸는 것 같아..
기분이 좀 야릇했다..
태화강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범서쪽으로 좌회전을 하니..여러사람이 낚시를 한다..
허용을 하나보다..
남형과 통화를 하니.. 집에 있단다..4교대를 하다보니..
이틀을 쉰단다..
집에까지 잘 찾아가서..
남형을 만난다..
참 오랜만이다..
일단 셔워부터 하고.. 대충 챙겨입고 길을 나선다..
남형과의 인연은 참 특이하다..
예전 회사에서 팀장으로 있을때.. 도면작업이 가능한 여직원을 면접을 봤다.
전공이 전혀 이분야가 아닌데도 이해력이 좋아 일을 같이 하기도 했다..
3개월까진 좀 어려워 하다가.. 그 이후부터..아주 열심히 일을 잘했다..
이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했는데.. 그 남편감이 남형이었다..
하필.. 내 결혼식 다음날이었다..
서로 못갔다..ㅎㅎ
그때는 정말 골초중에 상골초라.. 하루에 4갑정도를 피웠다..
술마시면 몇갑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남형과 현이가 첫애를 낳을때.. 아내와 찾아갔다..
혹여.. 사무실에서 죽어라 피워댄 내 담배때문에...걱정이 되서..
다행이 지금도 잘 크고 있다.. 남형은 아직도 담배를 피고 있는데..
결국.. 난 둘째가 태어나서야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
내자식보다 더 귀한것이 있을까..
담배한보루를 내미니 좋아한다..ㅋㅋ
에구..용감한 사람..ㅎㅎ
남형과 둘이 앉아..집앞 횟집에서 회포를 푼다..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아픈이야기..치유되어가는 이야기..
부부가 살아가면서 참 어려운 일도 많지만..슬기롭게 잘 해결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했다..
몇병의 술병들이 불량품으로 술이 새어나가..
할 수 없이 새병으로 교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남형내외가 교리를 받고 있는 범서성당이다.
술도 좀 깰겸.. 산책도 할겸.. 돌아다니다.. 들어갔다..
나눔터에서 유기농 포도주를 한병샀다.
잠시..성모상 앞에서.. 이 가정의 행복을 빌어달라 부탁드렸다.
나 자신을 위한 기도는 잘 안들어주셨는데..
이 가정을 위해 기도했던 기원은 들어주신것에 감사했다.
현이가 좀 일찍 일을 마치고 들어온단다..
아마도 두 놈팽이를 붙여놓으면 언제까지 퍼먹을지 걱정이 되었을게다..
시장에서 돼지고기와 나물..애들 빵을 사서..
집으로 들어가니.. 현이가 반갑게 맞이한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돌아와 인사를 한다..
에고..보행기 탈때 봤었는데.. 이젠 숙녀다..ㅎㅎ
애들에게 제주산 초코렛을 선물한다.
저녁상을 맛나게 차려주어..다시 술한잔을 시작한다..
애들은 다 먹고 방으로 들어가고..
긴긴 수다를 떨어본다..
15년이 넘은 인연에 부부끼리 잘 알다보니..
뭐 숨길것도 별로 없다..
결혼생활기간도 딱..하루차이가 나니..
비슷한 경험을 다 할 수 밖에..
이 부부도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나도 정말 부부는 부모님들처럼 사는것이 맞는 줄 알았다..
세상 둘도 없는 배우자를 언젠가 남이 될 사람으로 착각하며 살았다..
정말 좋은 기회에..정신차리고 소통하는법을 배우고..
서로를 이해하기도 하지만..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느낌대화를 하는 지금..
부부싸움이야 당연히 있지만.. 예전처럼 칼로 심장을 찔러..
죽이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고.. 대화로 풀어간다..
누군가..중립으로 느끼는 사람이 부부사이에 있다면..
서로의 이야기를 서로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게된다..
둘이서는 그져 참고.. 서로의 입장에서 잘못이해한 부분도..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내자식이던 내 형제던..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우린 같아야지만 같은편.. 다르면 다른편인
편가르기를 어릴때부터 강요받았다..
부부는 같은편이며 다른편이다..
나를 응원해주고 지지하는 유권자이며 내 잘못을 바로잡아줄
선생님일 수 있다.. 부부 평등으로 가정의 평화가 있을때..
아이들은 다시 평화로운 가정을 꾸미게 된다...
ME에서 배운 참 좋은 생각이다..
낼 아침일찍 가야하는데..
이 부부가 신이나서 주제를 계속 이어간다..
제주도에서 들고온 한라산 1병과 성당에서 사온 포도주를 다 비우고도고..ㅎㅎ
어째..서로의 이야기와 내 이야기가 잘 들어맞았는지..
남형이 설겆이를 한다...(사실..거의 강압..ㅎㅎ)
그래.. 큰것을 아내에게 해줄 생각 말고..
작은 관심과 가사일을 분담하면서 서로를 느낄 수 있는겨..
낮부터..너무 마셨다.. 정신은 말짱해졌지만..
자고 싶다.. 그동안 너무 못잤다..
지인집에 오니 내집마냥..맘이 편하다..
현이가 자리를 펴주고..
양치하고 나오니.. 남형이 또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보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갈매못 성지에서 샀던 묵주를 현이에게 선물했다.
너무 좋아했다.. 하기사 울산에서 갈매못 성지를 가려면 단단히 결심을 하고
가야하는 곳이니..
딱..11시에..'남형.. 나 졸려.. 잔다..'
하고.. 정말 눈을 따~악 감았다...
여행시작 후 첨이다...
주행거리 : 73km
주행시간 : 4시간 36분
평균속도 : 15.3km/h
누적거리 : 23889.8 - 1650 = 739.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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