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3일 월요일 날씨 : 흐림, 비
오늘과 내일 비가 온다는 예보로
제주의 동쪽 일주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했다.
성산에서 우도를 들어가 돌고 싶었는데..
마라도가 기대한 만큼의 보답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미련을 남기고.. 다시 오고 싶어서일까..ㅎㅎ
화린이가 제주도 왔을때 조그만 곰인형을 샀다가 잃어버렸단다..
아빠가 제주도에 갔으니 다시 사달라는 부탁인데...
그것도 못들어줄 이유도 없고..
지도를 보니 사알짝 오름이던데..함 가보고도 싶고..
네비를 찍어보니..탑동에서 16킬로밖엔 되지 않으니..
슬슬 일어나 준비하고
쥔도 없는 여인숙을 나온다..
곰돌이 하나 사서 매달고..
부산으로 가자...비도오는데..
제주시내를 빠져나가는데.. 두시간이 걸린다..
뭐 이런경우가..
차로는 금방 빠져나갔었는데..
1135번 국도를 찾았다..
아침에 연 식당이 역시나 없다..
거의 신시가지 끝에 가서야.. 김밥집을 찾는다..
만두도 먹고 싶었지만.. 오늘 만든것도 아닌 것 같고..
라면과 김밥으로 아침을 때운다..
해안교차로에서 대정방향으로 1135번을 탄다.
오르막이라더니..거의 평지네?
사알짝 안심이 된다..
그러나..매직월드를 넘으면서..
한라산 고바위도 아닌 아주아주 별것 아니라는 오르막에..
비지땀을 흘려야만 했다..
정말..어디가 끝인겨...
네비는 6킬로를 찍었는데..
가도 가도 1킬로 줄이기가 이렇게 힘들줄이야...
한참의 오르막을 치다 치다 미치다 못해 머리에 쥐가 날즈음..
퍼질러 앉았다..
숨은 할딱할딱..
한라산의 이슬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두건과 모자에도 땀이 뚝뚝...
씽씽 달리는 차들은 무정하게도 달린다...
자전거 다니라고 길을 잘 만들어놨는데..
자전거는 딱 나 혼자였다..ㅎㅎ
이젠 거의 다 온것도 같은데...
달리는 차들이 거의 전속력으로 빼는 것 같다.. 오르막인데..ㅎㅎㅎ
저질 체력..정말 며칠동안 탓으면 좀 좋아져야 하는거 아녀?
어째..늘지를 않냐...
정말 잔차를 확 던지고 싶은 순간에...
프시케월드 옆에 있는 테지움이 나타났다..
테지움은 팻말도 없었다..
안에 들어가니..
애들이 환장할 인형들이 가득하다..
보아하니..팔천원 짜리 가방고리용 곰인형이 있다..
화린이는 이것을 샀을터..
같은 것을 사주기엔 흘린땀이 너무도 아까웠다..
그래..좀 큰넘을 골랐다..
거금 삼만냥을 주고 거기에 택배비 오천원을 주고..
편지한장 써서 곰인형 바지주머니에 넣어 택배를 부탁한다.
화린아.. 다신 곰인형 사달라고 하지마..특히..제주도 곰은 정말 싫다야...
그 힘들었던 오르막이 내리막으로 바뀌니..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내려온다...
차도와 분리가 되어 있으니 마음놓고 내려간다..
카메라 커내고 싶은 마음도 않든다..
그래도 잠시.. 꽃이 보여 담아본다..
거의 대 내려오다..애월로 넘어가는 도로를 다운패스하는데..
빗방울이 톡톡..떨어지기 시작한다..
아...조금만 참아주시지...
갑자기..키친애월 생각이 났다..
비오면 술한잔 하러 오겠다고 했는데..
전화를 거니.. 월요일도 영업한단다.. 쉬는 날이 없는건가?
배낭과 패니어에 방수커버를 씌우고..
정말.. 최대한 악을 물고 달려본다...
비속의 라이딩...
흙탕물과 빗물이 입으로 들어온다..
애월이 이렇게 멀었나...
비속에 겨우겨우 도착했다.
비오는 키친애월 마당에 물을 담는 아낙이 있다..
참 자리가 명당자리다..
웃옷도 바지도..젖었다..ㅎㅎ
아쿠아슈즈가 한몫한다..양말만 벗고.. 대충 세수한 후..
자리에 앉는다..
매뉴판을 고르는데..송영필사장님이 나온다..
'비오는데 술한잔 하러 왔습니다..'
'온다고 하고 정말 온사람 첨입니다..' ㅎㅎㅎ
'비오는데 뭐가 좋을까요.. 사장님이 권해주세요..'
'비올땐 막걸리가 최고죠..'
'???' 매뉴판에 없는 술인데... 차키를 들고 나가신다..
비오는 제주에서..
막걸리 파티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에 왔을때 애절한 목소리로 기억에 남았던 가수를 찾으니..
씨디가 없다..
알고보니.. 실장님 노트북에서 들었던 것이란다.. 아.. 정말 아쉽다..
이쁜 여직원이 아마도 지아 같다고 한다..
돌아가면 꼭 찾아보기로한다.
정갈한 테이블..
책도 많았다.
물론.. 손님은 나 혼자다..
완전히 새놯다..ㅋㅋㅋ
송사장남이 직접 요리한 제주산 돼지고기 보쌈이다..
퓨전식이라 아주 독특했다.. 조금 비계가 적은 것을 아쉬워하셨지만..
난 정말 맛있었다...
제주산 돼지고기는 육질도 좋고..특히 껍질과 비계가 맛있다.
서비스안주로..
이쁜 여직원이 직접 첨으로 무쳤다는 ㅎㅎ 도토리묵무침이었다..
역시나 맛있었다..
이쁘면 다 용서된다..ㅎㅎㅎ
사람말고..음식이야기라는 것을 마눌님이 믿어주실까?..
대충 1시에 시작된 막걸리가 한통한통 비워진다..
제주 쌀막걸리라는데.. 맛이 좋다..
취기가 사알짝 돌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살아왔던 이야기..
회사이야기..
사표를 써야만 했던 이야기...
가족이야기...
행복한 이야기..
슬픈이야기..
살아갈 이야기..
사는 이야기..
종교이야기..
이 먼곳이라는 제주가 왜 집이 되었는지...
서로의 아픔까지 비속에 빨래 하며
통하는 이야기로 한잔..한잔..권하고 마신다..
비는 계속 오고..
막걸리는 떨어지고..
음주운전은 절대않된다고 막으니..
술 한잔도 못드신 실장님이 대신 차키를 들고 나간다..
헐..초면에 무쟈게 미안스럽다...ㅎㅎ
5통에서..10통으로 이어진 막걸리파티는..
결국..돈까스 안주까지 하나 더 먹게 된다..
오늘 흘린 땀..제대로 보충한다..
수분에..콜레스테롤에..알콜에..거기에 따스한 사람까지...
혼자라는 것은..외롭기도 하지만..
둘이될 수 있음이 외로움을 잊을 수 있다..
막걸리 10통도 부족해서.. 더한잔 하자는 송사장님을 말리고..ㅎㅎ
119하이킹 이사장을 불렀다..연 이틀을 점프를 한다..
오늘 제주를 빠져나가긴 어렵다..
대신 더 좋은 사람을 만났다..
막걸리가 아쉬웠는지..
커피에 술이 들어간 특이한 음료를 선사한다..
맛있다..
속이 따스해진다...
결국..녹차까지 한잔 더 마시고..
비오는 어두운 밤길을 나선다...
다음에 제주오면 또 한잔 하자고 약속하고..
점심에 저녁..막걸리에..그 많은 안주..정말 싸게 먹고 나왔다..ㅎㅎㅎ
여인숙에 돌아와..
샤워하고..누웠다..
가슴에 담았던 이야기들을 그려본다..
제주에서 이런 인연을 만들 수 있음에 감사한다.
오늘은 잠을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마눌님께 메세지 보내고..zzz
누적거리 2317.4 - 1650 = 664km
4월14일 화요일 날씨 : 흐림
쌀쌀하다..
어제 마신 술이 몸을 움추리게 만드나보다..
샤워한판 뜨고..
어제 벗어놓은 옷을 빤다..
배시간이 저녁이라..
충분히 마를 것 같다.
세탁기가 돌고 있어..끝나면 탈수를 하려 하는데
쥔장이 탈수해서 널어준단다..
터덜터덜..아침을 먹으러 간다..
8시가 넘으니 여는 집이 있다..
해물뚝배기로 한그릇 비우고..
건너편 용두암 하이킹을 기웃거려본다..
문이 열려있다..이른 시간인데..
들어가보니..손님이 있다.. 열심히 설명을 해주시는 사장님..
가방까지 잔차에 묶어주고..
삼다수도 하나 주고..
안장도 맞춰주는 것을 보니..라이더가 잔차를 타본 경험이 없나보다..
코스 설명을 옆에서 들으니..역시나..대정해안도로는 우회한다...ㅎㅎ
잠시 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맨정신에..
제주에서 또 한사람을 만난다..
여러 이야기를 듣는다..
제주이야기..
사업이야기..
어려웠던 이야기...
앞으로 사업이야기...
가족이야기..
한참 시간이 흐른다..
제주와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가족중 상을 당해.. 비행기 예약을 해놓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사실 거의 들었다..
가슴에 닿는 이야기가 많았다.
점심까지 잘 얻어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에 제주에 오면..키친애월에서 같이 한잔 했으면 좋겠다..
여인숙에 돌아오니..
빨래는 널려있고..쥔장은 온데간데 없고..
슬슬 짐도 묶고..
자전거를 살펴보니..체인이 시뻘건 녹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제주도 비는 소금기가 있나보다...
약간의 쇠붙이는 죄다 녹슬었다..
하루만에..헐.. 기름도 없고.. 뭐 끊어지기야 할까..
담엔 오일도 준비해야겠다..
서부두로 가본다..
사무실로 가서..예약을 하려하니..
수학여행팀이 많단다..헉..
4인실까지 거의 차고..
2인실을 예약한다..거금이다..
아..둘이서 왔으면 참 좋았는데..
배시간이 남아..서부두를 배회한다..
횟집늘어선 곳을 왔다 갔다하니..
아주머니가 잡는다..
회한사리 하고 가란다..ㅎㅎ
혼자라서 비싸서 못먹는다 하니..
싸게 해준단다..바보..역시 속는다..ㅋㅋ
뭔 회인지 모르지만..
맛은 좋다..
한잔 하면서..시간을 보낸다..
잔차도 못타면서 하루를 보내니 진짜 힘들다..
혼자 청승 떨다..배시간에 맞춰 여객터미널로 간다..
벌써 줄이 쫘악 서있다..
부산까지 날 싣고갈 설봉호..
크다..
제주에서 부산을 가는데 면세점이 있다..
작은 규모인데..놀란것은 담배값이 무쟈게 싸다..
물론 난 안피우지만..
울산서 만날 남형은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한 용감한 사람이라..
한보루 챙긴다..
초코렛도 산다.. 그집줄꺼..내집 줄꺼..ㅎㅎ
배에 오른다..
1등실은 조용한 곳이 있었다..
침대에.. 샤워기 있는 화장실.. 젤 작은 모텔을 젤 비싸게 주고 잔다..
이런 호강.. 언제 해보겠냐..
배타고 부산을 스테파니아와 함께 꼭 가리라..ㅎㅎㅎ
쓸쓸히 잘 것 같다..
아직 애들이 올라오질 않아 썰렁한 3등실..
조금있으면 시장이 되겟지..
여럿이었으면 이런 여행도 좋을 듯 싶다..
식당에서 뷔페식 저녁을 먹는다..그리 비싸지도 않다..
바는 단체여행객들 전용 식당이라 꽉 들어찾고..여긴 좀 한가하다..
수학여행 학생들이 매상을 올려주나보다..ㅎㅎ
배안에서 셀카한방 찍는다..
아래입술은 아직도 낫질 않는다..먹을때마다..찢어져서..피를 본다..이그..
이틀동안 참 편히도 논다..
누워본다..
담배냄새가 나지 않아 좋다.. 청소를 잘하나 보다..
배가 가는줄 모르고 있었는데..
누워보니 약간씩 흔들리긴 한다..
깜깜한 바다...
아침이면 부산이겠지..
그런데..웬지..미련이 남는다..
육지에서 제주로 올때..모든 미련을 버렸는데..
이제 육지로 돌아가니.. 제주에서의 미련이 남는다..
참..재미있다..
이렇게 사람이 미련덩어리이니..
속세를 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신부님과 수녀님과 스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다..
밤새..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수절과부 동전굴리기 하듯..
내몸을 굴리면서..
부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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