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즐거움/공연

퇴계 이황선생의 러브스토리를 알게된 류필기의 하회탈[와룡풍류]

석스테파노 2012. 9. 28. 06:00

1964년에서야 국보 제 121호(병산탈 2개 포함 총 13개)로 지정된 하회탈..

고려 중기에 안동군 하회마을과 병산마을에서 만들어진것으로 추정되는 탈은

우표에서 본 기억이 있을 정도로 알고는 있어도 그리 친숙한 우리것은 아니었다.

안동까지 내려가야 볼 수 있다는 편견에..

우리것은 우리것을 지키는 사람들의 소유물일 뿐..관심없는 내가 즐기는 문화는 아니라는..

단순한 생각이 늘 자리잡고 있었다.

생각이 좀 변하면서..쾅쾅대는 음악을 듣다가 언젠가 부턴 클래식과 가곡과..

우리국악을 자연스럽게 차에서 들으면서..판소리까진 아니더라도..타령이나 민요는

좀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동은 출장차 두번인가 갔었는데..정말 먼곳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요즘은 길이 좋아져서 관광객도 많이 몰리는 도시가 되어간다고 한다.

 


  

창덕궁 삼거리에 위치안 창덕궁 소극장에서 와룡풍류라는 국악공연이 있다고 해서..

지인과 함께 오랫만에 안국역으로 전철을 타고 나간다.

사실 어떤 기대나 검색도 하지 않고 하회탈이란 주제가 맘에 들어서 선택했고

어떤 공연일지도 예상하지 않고 나가길 너무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회탈 하면 모통 선비탈을 떠올리게 되지만..

사연이 있는 이매탈(바보탈)이 더 맘에 든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수자인 류필기님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한바탕 얼쑤..놀아보자!

 

 

공연시간에 맞추어 20분 전에 도착하니..

웬 도령이 입구에서 부채를 들고 있다.

아마도 이곳이 공연장이라는 걸 알려주려는 모양인가 싶었다.ㅋㅋㅋ

 

소극장 창덕궁..지하도 아니고 빌딩 1층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특이했지만..

여느 대감님댁을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의 대문이 예사롭지 않다..ㅎㅎ

 

홍성일 연출가의 간단한 소개를 시작으로..

아까 그 서있던 젊은 도령이 선창해서 따라했던..' 선생님!..'하는 소리로 류필기 선생이 납신다..ㅋㅋ

어째 꼭 개그맨 비슷하게 생기셨다..ㅎㅎ

약 1시간 동안 이어지는 공연..이야기를 통해 안동을 소개하고..

그 소개의 끝에 하회탈을 소개하면서 ..

 

 직접 관객과 함께 탈춤의 기본도 배우고..

퇴계 이황선생의 러브스토리를 구수한 사투리와 가야금 창으로 빛을 내주니..

대형음향이나 스크린을 통한 가미된 주입식이 아닌 바로 그 옛날 그대로의 방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러한 방식이 가장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공연이 아닐까 싶다.

 

두분의 여성관객을 모시고..

걸음걸이와 박자를 맞추어 연습한 후..

각시탈을 직접 쓰고  장단을 맞추어 보는데..허걱..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ㅋㅋ

일명 자세가 나오시는분..ㅎㅎ

 

관객들의 장단에 맞추어 부끄럼 없이 한바탕 맞추어보는데..

마지막의 애교작렬에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참지 못한다..ㅋㅋ

 

자 다음은..이매탈..

이 탈에 대한 설명을 해주신다..

무서운 그 전설..왜 턱이 없는지..

 

결국..턱이 없기에..

바보의 역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오른손은 못쓰고..고개는 삐딱하게..

얼굴은 탈로 가려져 있건만..바로 없는 턱밑 살아있는 입으로 모든 감정 표현 된다..

참..이런 대단한 묘미가 있는 포퍼먼스가 어디 있을까..

 

 아무리 봐도..난 무대 체질이다..ㅋㅋㅋ

정말 바보같지 않은가..(진정 바보님께는 죄송..)

 

탈 쓰고 나니..앞이 보이지 않는다..

나도 바보가 된다..진정 정신 줄 놓은 바보..

탈은 늘 그 모습이건만..고개를 들고 숙이고..조금만 바꿔도..달라진다..

정말 잠시 느낀 탈속의 내 얼굴에서..내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난 누구의 탈을 쓰고 사는 걸까..

 

같은 탈을 쓴..같은 사람인데..

어찌 몸짓과 손짓과 발짓에 따라..그 얼굴을 들었다가 숙였다에 따라..

조각된 탈의 모습이 달라지고..느낌이 달라진다..

조상님들은 참..뭐 하시던 분들일까..

십여명의 탈춤부대가..앞마당에서 공연을 했을터..

그 주고 받는 입담과 상황으로 관객에게 호응을 얻었을터..

일인극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역시..편견을 버려야한다..

 

등신소리를 열심히 듣고..

결국..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좀더 배움의 시간을 갖고 싶지만..아쉬움은 추억속으로 남게된다..

홍성일 연출가님의 마무리 멘트가 시작되면서..

11월에 군대를 가는 훌륭한 인재(통역)에 대한 소개와..

 

왜..초대권이 난무하는 안국동에서 이런 기획을 하였는지..

외국 관광객에게 맞춤형공연을 하고 싶다는 말씀..장소와 시간에 구애없이...관객의 요구에 맞추겠다는..

절대 그들의 언어로는 공연하지 않는다는 고집..왜..바로 느낌이니까..

꼭 국악의 명인 명창 명무만이 대접받고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그 옛날..저작거리든..양반네 앞마당이든..

술판이 돌아가든 궁궐이든..

슬픔이든 기쁨이든 괴로움이든 탈 속에 숨기고..

육성으로 펼쳐야만 했던..그런 우리의 것..애환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홍성일 연출자..

나도 주인공이 되어 그 작은 탈속의 작은 눈을 통해..

세샹을 바라고보 나니..

얼마든지 나를 춤추게 할 수 있겠다..

 

창경궁의 정문..돈화문..

공연이 끝난 후..웃으면서 행복했던 한시간의 경험이..

저 문을 바라보게 만든다..

난 도대체..누구인가..분명 한국사람인데..

어찌..탈 춤 하나를 모르고..사물놀이의 하나도 모르며..

쪽발이 놈들에게 빌붙어 살았던 놈들을 애국자라고 생각했을까..

 

10월의 마지막날..공연은 끝이 나겠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내 가슴을 방아질 할 것이다..

계급사회를 비웃지만..그대로 표현하면서..

해학과..굿을 통해 화합과 액운을 떨쳐버리려 조상들이 행했던 탈춤...

분명 그것을 놀이동산같은 놀이가 아니었을 것이다..

속에선 울분이 터져나와도..탈속에서 인상을 써도..눈물을 흘려도..

죽이고 싶도록 노려보아도..오직 탈로만 보여지던 그 모습..

해학은..웃움보단..쓴웃음이 승화된 세월의 미덕이 아닐까..

분명..양반..소위 좀 있다는 놈들의 덕이아닌..니놈들이 빨아먹은..

그 등껍질속에 피어나는..소금꽃속에 찾는 하얀 희망이 덕일까 한다.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딱 한달 남은 10월에..

그 가을날에..내몸을 이매탈 속에 던져보면 어떨까..

나를 던지지 않고는 절대로 나를 알지 못한다..

이거하나 참 잘 깨닳고 왔다.

 

Epilogue

1. 지도를 보면 안국역 4번 출구로 나와서 쭈욱 가면 되는데..우씨..횡단보도가 없다..

뭐 이런 그지 같은 경우가 있지?

결국 3번출구에서 창경궁까지 와서 건너야한다.ㅠㅠ

2. 화요일 오후 3시..그것도 초대권 없이 유료공연..그 값어치는 탈을 써봐야 안다...손을 들어라..ㅋㅋ

3. 이황 퇴계선생..로맨티스트였다는거 첨 알았다..

4. 지원 일체..한푼도 받지 않는 민간단체가..단 한분의 관객이 오더라도 맞춤 공연을 한다는..

박수를 치고 싶다. 명창 명인 명무가 아닌 진정한 육성소리꾼..이런 기획이 계속되어야 한다.

5. 화요공연은 오후 3시, 목요공연은 3시 8시, 공연안내 전번은 010-9021-8155 010-3710-6372 어른 3만원, 청소년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