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즐거움/자전거여행

[자전거여행]전국일주-6 함평에서 목포..그리고 제주로

석스테파노 2009. 5. 7. 19:03

4월10일 금요일 날씨 : 맑음

 

아침을 씨레이션으로 때웠다.

오케이아웃닷*에서 구입했던 일명 전투식량.. 출발할때 부엌을 뒤지니..

예전에 구입해놓은게 있어 몇개 들고왔다..

이렇게 아침 식당을 찾기 어려울때..아주 유용했다..

다만, 유효기간이 몇달 지나있어서 찝찝은 했지만..

아무 탈 없는것 보니..약간의 방부제도 잘 넣어주었나보다..ㅋㅋ

 

상당히 컨디션이 좋아졌다..

찜질방을 이용했다면.. 땀도 빼고 참 좋았을텐데..

전에 몇번 가봤는데.. 숙박을 하기엔 좀...

하여간 긴날을 찜질방을 이용해 여행을 한 분들이 존경스럽다.

나이가 먹을 수록 예민해지는 건지..

지인이나 친인척집에선 암 상관 없는데..

밖에 나가선 잠자기가 참 어렵다..

 

 

출발하면서..한푼도 깍아주지 않았던 건방진 모텔사진 하나..ㅎㅎ

그래도 반신욕 덕분에..지금까지 젤 오래 잤다..4시간..ㅋㅋ

 

 

 6시에 출발하니 날씨가 쌀쌀하다..

버프를 썼는데..잠시 설때마다..고글로 김이 마구 올라와서 답답해진다..

고글이라 김이 잘 서리나? ㅋㅋ

이젠 이슬까지 맺힌다..

한시간도 못되서 버프가 입김에 젖어간다..

아마도 빨리 목포에 가고 싶은가보다..열심히 밟아본다..

 

학교라는 지명이 있다는 것을 태어나 첨 알았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지명이 많겠다.

 

드뎌..1번국도..종착역인 목포로 향한다..

그러나..

목포는 역시 항구였다..

순순히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고개 3개를 넘어서야...목포초입에 들어설 수 있었는데..

정말 욕나올뻔 했다..

내 저질체력도 그렇지만..매연냄새에..고개에...ㅎㅎ

 

 

목포에 들어왔다 싶을때..또 고개다...ㅋㅋ

잠시 쉬며 보도옆에 핀 꽃과 대화를 시도한다..

'아그야..니 목포항 아니?'

'똑바로 가랑께!'

헉..

꽃이 말을 한다...

중증이다..

 

 

 목포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인증샷 하나 찍는다..

이젠 셀카가 수준급이다..

그런데..너무 일찍 왔다..

배는 2시에 출발한다는데..

 

 대충 터미널 앞을 서성이다..식당을 잡는다..

잔차 대고 보이기 좋은 곳으로..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하나도 없다..

백반하나 시켰는데..반찬도 맛있고..잘 먹었다..

 

 

카페리레인보우호 3등객실을 끊었다..5시간 정도면 도착하니까..좀 북적대도..

밖에 나와 정자에 누워 제주를 어떤 코스로 돌아볼까..고민해본다..

지나던 스쿠터여행객에게 사진을 부탁해본다..ㅎㅎ

군대가기전 여행이라나..

난 입대전 낚시터에서 죽치고 있었는데.. 참 부럽다..

 

배를타러 들어가는데..미니벨로에 앞페니어를 달고 나오는 사람이 있다..

서로 인사하고 제주라이딩에 대해 이야기 해본다..

한바퀴를 돌고 올라간단다..기차타고...ㅎㅎ

접을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참 좋겠다.. 기어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

별로 힘들이지 않고 돌았단다..(물론 앞서 만난 정라이더같은 짐승체질들은 뭐가 문제일까..ㅎㅎ)

좋은 이야기 나누고..잘 다녀오라는 인사하며 헤어졌다..

 

배를 타는데..

전화가 울린다..

그만둔 회사에서 퇴직금 송금때문에 연락이 왔다..

월급통장으로 넣어달라고 하면서..퇴직금 뿐이냐고 물었더니..그렇단다..

말이라도 섞지 말것이지..뭘 꼭 더 줄것 처럼 이야기 하더니..

13년을 월급받아 배불리 잘 먹게 해준 고마운 분들에게..감사한다.

역시나 월급쟁이의 마지막은 그걸로 땡!..ㅎㅎ

그렇게 당하고도 이회사만큼은..안그러겠지..했다.

 

 

손님과 차들을 태우고 승차난간이 치워진다..

목포를 좀더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과..예전에 먹었던 맛집을 가지 못한 아쉬움과..

지난 육지에서의 회한과 내가 살아오면서 갖고 있던 미련덩어리들을 제주행 배에서

바다로 던져 버렸다..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육중한 배가 출발한다..

금요일이라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그리 많지 않다.

3등객실에 배낭을 내려놓고..눈을 부치려 했지만..역시나..ㅎㅎ

여기저기서 고스톱에 술판에..

정말 아름다운 한국의 여행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

싱가폴국제공항에서도 베트남공항에서도 필리핀공항에서도..

어김없이 판을 벌리며 떠들어대는 인간들은 다...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기쁘다..저들과 함께 숨쉬며 산다는 것이..

 

 

밖으로 나와 목포를 빠져나가는 경치를 감상한다..

느린것 같아도..파도를 헤치고 나가는 모습은 빨라 보인다..

한참 바람과 다도해를 구경하다..

선실로 내려온다.

 

 아무도 없는 식당칸에..쏟아지는 햇살과 대화하며..

시원이의 눈물을 닦아준다..물론 내 입술로..

어디 포장마차보다 더 싸다..ㅋㅋ..

후딱 해치우고..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들과 어우러져 잠을 청해본다..

 

 

눈을 떠보니..객실이 비어있다..

몇명만 서있고..밖을 보니 어둡다..

제주에 도착했다..

공기가 다르다..

아..제주..

제주를 이렇게 왔다..

 

 

관광버스와 승용차..택시..버스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슬슬 여객터미널을 빠져나와..수협쪽으로 간다..

여러번 왔던 곳이라 눈에 익숙하다..

저녁은 제주입항 기념으로 갈치조림을 포식해준다..

 

 

 

물론 먹고 싶던 한라산도 함께..

갖은 양념과 역시나 비법은 한국자 푹 들어가는 조미*겠지만..

제주에서 먹는 조림은 참 맛있다..

나와서 모텔을 찾으니.. 식당이 많이도 생겼다..

여기저기 조림전문이다..물론 불을 켠곳은 몇집 되지 않아보인다..

 

 

아침일찍 나설 것을 생각하니 모텔은 너무도 돈이 아깝다..

하루종일 자전거를 탄것도 아니라..빨래할 필요도 없고..

어찌어찌하여 눈에 들어온곳이 여인숙..ㅋㅋ

친구 군면회 갔을때 가본 여인숙..

방하나에 침대..만오천원주고..

어차피 설칠 잠이니..

아내에게 메세지 보내고..

누워본다..

이야기소리..삐걱대는소리..개짖는 소리..티브이소리..zzz

 

주행거리 : 44.4km

주행시간 : 2시간55분 

평균속도 : 15.1km/hr

누적거리 : 2141.6 - 1650 = 491.6km